1인칭 전지적 시점/첫사랑, 그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편지

Oma Rauha 2025. 2. 28. 02:45
728x90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나는 여전히 수련회의 시간에 머물며 한없이 그녀를 그리워하며 가슴 앓이를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녀의 웃음소리, 바닷가에서 함께했던 순간들이 맴돌았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책상 위, 낯설지 않은 글씨체가 적힌 편지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반갑고, 설레고, 수많은 감정들에 휩싸인 채 나는 그녀에게서 온 편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안녕! 나야, 너의 마니또(=천사). 잘 지내고 있어?

이 편지를 받으면 조금 놀랄까?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읽게 될까?

네가 이 편지를 어떻게 읽을지 문득 궁금해지네. 사실, 네가 이 편지를 받아볼 때쯤이면 누나는 여전히 너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몰라.

교회에서 너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

네가 교회 모퉁이를 돌아서 들어서는 순간,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이상하게 시선이 멈췄어. 조용하지만 뭔가 신경 쓰이는 분위기였다고 해야 할까?

친구가 널 소개해줬을 때, 나는 사실 조금 기대했어.

그런데 네가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말하면 살짝 실망했어.

이상하지? 누나도 내가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잘 모르겠어.

그저 나와 같은 또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괜히 마음이 어수선했거든.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였을까? 그 순간의 감정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너에게 느낀 감정들이었어.

누나는 여전히 마지막날 밤 바닷가에 앉아있던 우리가 생각나.

우리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 바다는 한없이 조용했지만,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어.

네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했어. 누나는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

너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누나는 사실, 그런 생각을 했어.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여전히 그 순간이 떠올라.

네가 나를 한 번도 보지 않았는데도, 누나는 네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지 다 기억나는 것 같아.

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던 너의 모습, 모래밭에 작은 그림을 그리던 너의 손끝, 그리고 가끔씩 미묘하게 흔들리던 숨소리까지.

누나는 그 모든 걸 다 기억해.

솔직히 말하면, 그때 조금 더 많은 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좋아하는 것들, 너의 생각들을 좀 더 알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았던 걸까?

아니면, 누나가 너무 망설였던 걸까?

이 편지를 쓰면서도, 마치 네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아.

네가 내 편지를 읽으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괜히 상상하게 되네.

너도 가끔 이 누나를 떠올릴까?

아니면, 이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수련회에서의 기억이 점점 흐려져 가고 있을까?

서울은 여전히 정신없고 복잡해.

그런데도 신기하게, 누나는 네가 있던 그 며칠이 계속 생각나.

수련회에서 네가 했던 짧은 말들이 자꾸 귓가에 맴돌아.

네가 밤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있던 게, 누나에게는 참 특별했나 봐.

나는 그때 네가 나를 바라봤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괜히 설레고 웃음이 나.

너도 그러니? 사실 그랬으면 좋겠어.

이 편지를 읽고, 네 마음이 살짝이라도 흔들렸으면 좋겠어.

이 다음에 우리는 또 어떤 모습일까?

잘 지내, 그리고… 가끔은 누나도 기억해 줘.

너를 기억하는 내가.


몹쓸 그리움…

그녀가 너무나도 보고 싶다.

그렇게 화려한 나의 여름날은 가고 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