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문득, 그녀를 떠올리다
시간은 순간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연애도 몇 번 해봤다.
그런데…
그 어떤 관계도 내 안의 공허함을 채우지 못했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름의 끝자락,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그 순간.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녀가 떠올랐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억 속의 그녀는 여전히 따뜻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가 지금도 그대로일까? 확신할 수 없었다.
며칠을 망설였다.
그러다 오래전 연락이 끊긴 교회 선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누나, 어떻게 지내요?"
"어? 너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회사 다니느라 바쁘겠지. 연락해볼래?"
그 순간,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연락처를 받아 들고 말았다.
- 3년 만의 연락
손에 쥔 그녀의 번호.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될까?"
몇 번이나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조심스럽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 "누나, 잘 지내요? 나 기억날까?"
보내고 나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혹시 답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니면… 이미 번호가 바뀌었을까?
그러나.
며칠 후, 휴대폰이 울렸다.
📞 "오랜만이네. 어떻게 지냈어?"
그녀였다.
여전히 따뜻한 목소리.
그런데…
어딘가 낯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부를 나누다,
용기 내어 묻고 싶던 말을 꺼냈다.
"누나, 내가 예전에 편지 보낸 거 기억해요?"
"…응. 기억해."
"답장을 기다렸는데, 오지 않아서…"
"미안해."
그녀는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 그녀의 편지, 여전히 따뜻하지만 선을 긋는 감정
며칠 뒤,
나는 그녀에게서 온 편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 "네 편지를 받았을 때, 많이 놀랐어."
✉️ "한동안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
✉️ "바쁘게 살다 보니 이제야 답장을 하게 됐네."
✉️ "누나가 너무 무심했지?"
그녀는 여전히 따뜻했다.
그저… 먼저 연락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 "그때도, 지금도, 난 널 잊지 않았어."
✉️ "네가 먼저 챙겨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더 오랜 시간 너를 그리워만 했을지도 몰라."
나는 글씨 하나하나를 눈으로 따라가며 그녀를 떠올렸다.
여전히,
그녀는 나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 "하지만 우리 사이에 변한 게 있다면,"
✉️ "나는 이제 완전히 어른이 되었고, 너도 네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점이겠지."
…그녀는 선을 긋고 있었다.
그러나.
✉️ "그래도 난 네가 이렇게 연락해줘서 기뻐."
✉️ "언제 한번 보자. 네가 얼마나 변했을지… 솔직히, 나도 조금 궁금해."
그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문득 미소 지었다.
그녀도 모르게 흔들렸던 걸까.
아니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었을까.
나는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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