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저녁 공기가 싸늘했다.오랜만에 함께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늘 그랬듯 자연스럽게 전철역으로 향했다.별다를 것 없이, 그저 일상의 연장선처럼.적당히 사람들로 붐비는 전철이 멈춰 섰다.문이 열리고, 우리는 나란히 전철에 올랐다.지금처럼, 그녀와 어깨를 맞대고 전철에 선 건 오랜만의 일이 었다.사람들의 웅성거림, 창밖으로 스쳐가는 흐릿한 불빛들,그 모든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익숙했던 순간들이 달리 보였다.그녀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는 모습,고개를 살짝 숙이며 생각에 잠기는 옆모습,무심코 나를 부를 때의 그 조용한 목소리.전에는 몰랐다.이 모든 것들이 내게 얼마나 깊이 새겨졌는지를.그런데 그녀는 아마도 내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전철이 흔들릴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