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방학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햇볕은 뜨겁게 내리쬐었고,아직 아침인데도 공기는 이미 묵직한 더위를 품고 있었다.“야! 준비물 잘 챙겼어?”“당연하지! 바닷가로 가는 수련회는 처음이라. 잠도 잘 못잤어.”바닷가로 수련회를 떠나는 날,평소처럼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며 교회 모퉁이를 돌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보였다.뽀얀 피부, 해맑은 웃음, 긴 생머리,가느다란 손짓으로 교회 선배와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낯선 얼굴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녀에게 눈길이 멈췄다.뭔가 말을 건네야 할 것 같았지만,그냥 어색하게 친구들 뒤에서 서성였다."아! 인사해. 이번에 나랑 같이 왔어."선배의 소개로 그녀와 인사를 나누었다.나는 멋쩍게 고개만 끄덕였다.이름을 듣고도 되뇌어 볼 틈 없이 버스에 올라야 할 시간이었다...